물론, 지금은 후회를 하고 뉘우쳤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 안 하겠다고 결심했지요.
  당시 전 돈이 많이 고팠습니다. 자세한 사연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지루한 얘기거든요. 빤한 얘기고요. TV만 틀어도 나오는 그런 얘기들, 지루하잖아요.
  그때 전 한 자루 칼을 손에 쥐고, 몇 자루인가의 칼은 허리춤에 감고 그 집의 담을 넘었습니다. 뭐, 실제로 담이 있었던 아닙니다. 관용적 표현이죠. 보통 그런 짓을 두고 담 넘는다고들 하잖습니까? 아무튼 그렇게 담을 넘는데, 하필 집안의 누군가가 그 장면을 보았나 봅니다. 의도를 알았던 거죠. 마침 때가 크리스마스쯤이라서 산타클로스인 척해 봤는데 소용 없더군요. 오히려 비웃습디다. 발끈했지요. 그래서 외쳤습니다.
  "돈 내놔!"
  그런데 이게 뭡니까? 동네 잔칫날이었나 봅니다. 집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저마다들 호들갑스럽게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강도야!", "동네 사람들 여기 좀 보소! 강도가 여깄네!", "강도는 물러가라!"
  차마 입에 담기 곤란한 말들까지 있었지만 차마 그건 글로 못 옮기겠네요. 아무튼 위기임을 직감했습니다. 상황을 모면해야 했죠. 전 칼로 그들을 위협하며 말했습니다.
  "시끄럽소! 내가 하려는 건 부의 재분배요. 저 부자 놈이 가진 기득권을 생각해 보시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을 찔러죽일 것이오. 이것이 공정한 처사요. 이것이 정의라오. 당신들이 감히 돈을 내놓지 않겠다는 건 제 밥그릇 지키려는 수작일 뿐이오. 부디 내가 당신들을 찌르기 전에 가진 걸 모두 털어놓으시길 바라외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묻더군요.
  "내놓을 내놓더라도 복면 뒤 그 얼굴이 누군지나 압시다. 뉘시오?"
  나는 매력적인 미소를 되돌려 주었죠.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들면 뜨는 별. 호를 조중동문이라 하는 한나라올시다."
태그 : 강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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